로맨스는 천 원부터

Profile

I’m scared to admit that I have wasted so much time

2024. 8. 21. comment

 

𝘌𝑡𝘩𝑎𝘯 𝘗𝑎𝑢𝘭 𝘋𝑎𝘷𝑖𝑠 
𝖺𝗄𝖺 𝘈𝘭𝑒𝘹𝑠𝑎𝘯𝑑𝑒𝑟 𝘗𝑎𝑢𝘭 𝘎𝑟𝑒𝑒𝘯𝑤𝑜𝑜𝑑

前 군인

現 일용직

33 세

 

⑴ 높은 사회성 ⑵ 관계의 중심축 ⑶ 적당한 유머 ⑷ 이사벨라 션 그린우드

 

 

알렉스, 좋은 아침.

응, 안녕.

샌더, 좋은 오후야.

응, 안녕.

폴, 내일 보자.

응, 안녕.

 

안녕, 나의 고향 플로리다. 안녕, 나의 꿈 마이애미. 안녕, 나의…….

 

취향은 닳고도 오래됐다. 나이에 맞지 않는 70, 80 년대의 얼터너티브 록을 늘어질 때까지 재생한다. 친구들이 아이팟에 불법 다운로드한 디지털 음원을 넣을 때 에단은 테이프에 싸구려 볼펜을 집어넣어 돌돌 돌렸다. 경험한 적 없는 시대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유년기 시절부터 이어진 현실 도피에서 비롯한다. 취향은 쉽게 옮는다. 어쩌면 유전일 수도 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향한 애정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수많은 것들 중 하나로, 끔찍한 자기 혐오 아래 유일하게 살아남은 애착이다.

 

열여섯 번째 생일 집안을 가득 채운 건 구질구질한 생일 노래가 아니라 사이렌 소리다. 케이크에 초를 꽂고 소원을 비는 대신 형과 손을 마주잡고 하늘에 기도를 했다. 깍지 낀 손가락 사이에 멍이 들 것 같다. 하필이면 비도 안 왔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안 쳤다. 허튼 기도를 한다며 천벌이라도 받았으면 했는데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에단의 물든 손을 따라 알렉스의 손이 더럽혀진다. 죄는 질병과 같다. 접촉만으로도 쉽게 전염이 된다. 마이애미의 컨테이너 박스를 도망치듯 떠나던 날, 에단은 알렉스가 사 온 생크림 빵을 결국 다 삼키지 못하고 뱉었다. 평생 잊지 못할 생일 선물이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이 느릿한 캘리포니아, 엘에이에서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에단은 튼튼한 신체를 방패 삼아 입대를 택했다. 군인이라는 업은 에단의 적성에 딱 맞았다. 나이 많은 백인 남성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것은 그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연습해 온 것이다.

고단한 유난기를 보낸 것치고 너그럽고, 지나칠 정도로 동정심이 짙었다. 섣부른 장난도 제법 치며 여자도 만날 만큼 만났다. 에단은 이사벨라를 기억한다. 이십대의 절반을 가져간, 미래를 꿈꿨던 제 이상의 여자다. 너는 내가 고압적으로 굴 때마다 더 흥분하더라. 벨라의 가벼운 농담에 에단이 웃는다. 부드러운 살결에 입을 맞추며 에단이 벨라를 끌어안는다. 이 또한 전부 과거의 이야기이다.

 

안녕, 나의 고향 캘리포니아. 안녕, 나의 꿈 엘에이. 안녕, 나의 이사벨라…….

 

마이애미의 컨테이너 박스는 변두리에 있었다. 소리는 잘 새어 낙지 않으며 언제나 고립되어 있었다. 에단이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마이애미를 기억한다. 목이 막히는 생크림 빵을 기억한다. 열여섯 번째 생일 선물을 기억한다. 컨테이너 박스 벽의 단단함을 기억한다. 아이의 몸은 연약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거친 고함과 물건이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를 기억한다. 구석에 쌓인 맥주 캔을 기억한다. 사람의 머리는 생각보다 쉽게 뭉개진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피투성이가 된 아버지의 머리를 기억한다. 피투성이가 된 손을 기억한다. 형을 기억한다. 알렉스를 기억한다. 샌더를 기

 

남자가 마이애미에 두고 온 것은 단지 카세트테이프만이 아니다.

 

Scroll to top
myoskin